혜화역 시위 단평 .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10095713

한심한 세태다. 불특정 시점에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공공 장소에서 저질러지는 여타의 몰카 범죄들과는 달리, 이번 사건은 그저 범행 시점에(크로키 실습 시간), 범행 장소(실습 교실)에 누가 있었는지 용의자를 쉽게 특정할 수 있었던 특이한 케이스라 범인이 빨리 잡힌것일 뿐인데, 이걸 왜 '편파 수사'라고 부르나? 오히려 그럼에도 약 9일 가량이나 범인 검거에 소요됬는데, 이정도면 도리어 느리게 잡혔다고 남성들이 불만을 제기해야 할 판이다. 그리고 경찰,검찰,재판부는 남자가 잡혀오건, 여자가 잡혀오건, 범인의 성별과 관계없이 그게 다 본인 실적이 되는데, 편파 수사, 판결을 내릴 까닭이 어딨다고, 다른 사건과 비교해서 사법부가 여성들에게  '편파 처벌'을 내리고 있다고 말하는 근거란 도대체 무엇인가?
어떤 범죄의 법적 처벌의 수위를 결정짓는 데에는 흔히 '죄질'이란 표현으로 함축되어지는 여러 요인들이 관여할 수 있는데, 그러므로 설사 남,녀가 같은 죄목에 대해 각기 다른 형량을 선고 받는다고 해서 그것만으로는 그게 성차별적 차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려면, 단지 누가 어떤 죄목으로 얼마만큼의 형량을 받았는지의 거시적인 사항에만 집중할게 아니라, 범죄인의 성별을 제외하고 모든 양상이 동일한 사건들을 비교하여 결론을 내리는게 합당할 것인데, 언론사 기자들이 내놓는 사건 요약본 정도가 법리적 사안에 관해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거의 전부인 대다수 일반인들이 과연 그정도로 정밀한 법리적 분석 끝에 이런 결론을 내놓았을지에 대해선 의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인터넷에 널린 여성 대상 몰카들을 언급하며, 문제를 제기하는건 그저 사법권에 대한 몰이해를 자랑하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악명을 떨쳤던 '소라넷'이 그러했듯이, 최근 (불법 몰카가 게시되기 마련인) 운영되는 대부분의 불법 포르노 사이트들은 해외 서버를 빌려서 운영되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국내 치안을 담당하게 되어있는 우리 수사 기관의 능력을 벗어나는 영역으로, 이들 사이트에 사법권을 행사하기 위해선 통상 자국에 해외 사법권이 관여하는 것을 꺼리는 해외 수사 기관의 협조를 얻지 않으면 안된다. 수사기관이 '여자 문제라서' 손을 놓고 있는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해결이 쉽지 않은 일이란 말이다.





Save the Internet 2

http://savetheinternet.kr/

1. 우선 검열의 무용함에 관해서 짚고 넘어가지 않을수는 없겠다. 북한의 경우와 같이 기술적 인프라(즉, 통수신망) 자체가 전무한 수준을 제외하면, 국가적 차원의 정보 검열이 성공을 거둔 예는 세계적, 역사적으로 전무하다. 한 예로 현 시대에 가장 방대한 차원의 인터넷 검열 정책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한 (금순공정, Great China Firewall) 중국의 경우, 구글, 인스타그램, 유튜브, 페이스북을 비롯한 사이트들에 대해 공식적으로 중국 인민들의 접근을 차단, 불허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우리는 인터넷 공간 어디에서든 중국인 네티즌들을 만나볼 수 있다. 네트워크가 통신선과 전파를 통하는 무한한 확장성을 가진 이상, 검열을 우회할 기술적 방법은 언제나 존재한다. 검열은 그것이 저지하고자 하는 의도에 충분히 크지 못한 불편만을 야기하고, 결국 그것을 막지 못한다. 중동의 자스민 혁명이 그렇게 발발했다.

2. 권력의 선의를 고평가해서는 안된다.
칼 포퍼는 이렇게 말한다. "지상에 천국을 건설하고자 하는 최선의 의도가 있다 해도, 그것은 단지 하나의 지옥, 인간만이 그의 동포를 위해 준비하는 그런 지옥을 만들 뿐이다." 우리의 행동과 사상은 우리가 보고, 들으며, 겪는, 경험과 정보로 부터 상당부분 유래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본질적으로 '정보 유통 선별 규제'에 해당하는 검열 정책의 존재는 권력이 우리의 삶과 자유에 깊게 관여할 권한을 가진다는 것과 같다.
이것은 다른 누군가에게 위임하기에는 개개인에게 너무나도 치명적인 권한이다. 시스템은 선의를 보장하지 않고, 내재적인 선의를 갖추지도 않는다. 처음 몇년은 운이 좋아서 좋은 의도대로 작동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래에 무슨 악의를 가진 독재 권력이 이런 권한을 장악하여, 시민들에게 마수를 뻗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3. 설사 철저하고 절대적인 선의가 뒷받침되고 있는 검열 정책이라도, 결코 그것은 그것이 저지하고자 하는 악의에 대해서만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직접적인 위협, 위해를 받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게 위협, 위해를 가할 용도로 쓰이는 무기를 보면 본능적으로 육신이 위축을 겪게 되듯이, 정신 역시도 '사상에 대한 무기'에 관한 한 마찬가지다. 어떤 정보에의 접근이나, 자유로운 사상의 발화, 표현이 보장되지 못한다면, 다시말해, 개개인이 본인의 어떤 행동이 처벌을 야기할 수 있다는 예측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면, 인간의 정신은 야기되는 불안의 크기만큼 위축될 수 밖에 없다.

홍대 누드 몰카는 왜 '특별 취급' 하느냐고? 1

왜 남성이 피해자인 홍대 누드크로키 몰카범은 빨리 잡히고, 대중의 분노를 사게 되면서, 여성 몰카범들은 제대로 잡지도, 사회적인 문제로 쉽게 비화되지도 않느냐는 물음들이 있다. 전형적인 '왜 나만 때리냐.'는 식의 피장파장의 오류, 물타기에 불과해서 구태여 대답할 가치가 없지만, 굳이 이에 답하자면, 진실은 그렇지 않다는것, 우리나라의 몰카범죄 검거율은 97퍼센트에 달하며, (여기에 대해서는 범죄 사실 자체가 사법 당국에 알려지지 않거나, 취급되지 않는 범죄가 얼마나 많은데, 그런 통계를 무슨 수로 믿느냐는 반론이 제기될 수도 있겠는데, 나는 그런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검증된 통계학적 방법론으로 취합된 데이터를 믿을 수가 없다면, 그대들이 제시할 수 있는 신용 가능한 근거란 도대체 무엇이 있는가?), 또 이번 '홍대 몰카' 사건이 여타의 몰카 범죄에 비해 대대적인 관심을 끌어모으며, 수사의 진척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건, 그런 물음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으레 주장하듯이, 우리나라가 '여성혐오' 사회라서가 아니라, '워마드'라는 유명 인터넷 사이트에 해당 몰카가 게시된 만큼, 집중되는 관심의 레벨이 다르고,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히 많기 때문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단지 남녀 각 성별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수사의 진척 속도나 주어지는 관심의 크기가 다르다고 해서, 그것이 순전히 성별 차이에 의한 성차별적 차이라고 단정 지을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러한 차이는 범죄의 죄질이나, 범죄자 개인의 허술함 따위의 다른 요인에 의한 차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건의 악명과 유명세는 디씨-일베로 이어지는 막장 사이트의 계보를 이어받는 것으로 간주되는 워마드의 악명에 의존하는 측면이 크다.)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을 오뎅과 비교한 일베 회원이 형사 처벌을 받고, 대대적인 지탄을 받은 예에서도 보여지듯, 그 자체로는 시답잖은 장난에 불과한 소동조차도, 사람들이 어떤 의미를 부여 하느냐에 따라, 사회적 파장을 야기하게 될 수도 있다는건 우리에게 그다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하물며, ''남성 혐오', '페미나치' 사이트라 불리우며, 일반의 증오를 사고있는 사이트의 회원이 해당 사이트에 몰카를 게재하고, '품평회'의 형식으로 조리돌림을 한 정도의 사건'이라면 이 정도의 분노와 관심이 집중되는건 이에 대해 논란이 이는게 이상할 정도로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악명높은 '사회의 적'이 결코 가볍지 않은 죄질의 범죄를 저질러서 '남다른' 수준으로 욕을 먹는건 역사적으로 특이한 일도 아니고, 사실은 그리 지탄받을 일도 아니다. 그럴만큼 잘못된건 잘못된 거니까.





핑크 메르시 논란 단평 1

핑크 메르시 논란의 핵심은 간단하다. 길게 말할것도 없이, 단지 너무나 얕은 철학을 가진 나머지, 자신들의 발언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이고, 모순적인지 깨닫지 못한 자들에 의해 발생하는 편집증적 난동일 뿐이다. 그들은 핑크 메르시의 도색, 옷차림, 머리스타일을 여성성의 스테레오타입, 대상화된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는 이유로 비판하는데, '여성은 이래야 한다'는 식의 모든 편견을 타파해야 한다면서, 결국 그들의 그러한 주장이란, 여성은 그와 같은 옷차림, 머리스타일, 색을 갖추지 말아야 한다는 또 다른 형태의 '여성성', 편견, 윤리적인 강제 사항을 만드는 것과 다를바 없다는 점에서 실소를 자아낸다. (몇몇 사람들은 그것과는 다르다고 말하고 싶어하는것 같은데, 다르다면, "그래서는 안된다."고 말해져야 할 까닭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와 동일한 형식의 지상 명령은 그들이 그토록 혐오를 표하는 '가부장제'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여성은 조신해야 한다.' (나대지 말아야 한다.) , '여성은 긴 머리를 유지해야 한다.' (짧게 치지 말아야 한다.) 등등, 단지 무슨 미명을 핑계로 이와 같은 사항들을 사회적, 암묵적으로 강제하는지가 다를 뿐이다. 아마도 그들은 가부장제의 유산들(실은 그것들이 과연 '유산'이 맞는지도 의심스럽지만)을 일괄적으로 부정하기만 하면, 그것이 가부장제의 억압을 취소하는 일이 된다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실은 그런 식으로 코르셋을 집어던져야 한다면서, 단지 또 다른 모양의 코르셋을 뒤집어 쓰려는 격이다.

"감옥 벽을 부수고 자유를 향해 달려간다 해도, 실상은 더 큰 감옥의 더 넓은 운동장을 향해 달려나가는 것 뿐이다."
-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중에서,
관념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또 다른 관념의 노예가 될 수 밖에 없는 인간사의 슬픈 아이러니가 함축되어 있는 문장이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슬프게도, 단지 또 다른 감옥의 벽을 향해 달려나가고 있다.




Vasyl Lomachenko vs Jorge Linares Preview 2




최근 복싱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라면, 바실 로마첸코 Vasyl Lomachenko라는 이름을 모를수가 없을 것이다. 아마추어 시절 400전에 가까운 경기중 단 한번을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396-1), 두개의 올림픽 금메달, 두번의 세계 선수권 우승을 거두어낸, 이 특급 테크니션은 프로 데뷔후 단 3전만에 세계 챔피언에 등극하고, 데뷔. 초기 살리도와의 패전을 제외하면, 이것이 과연 프로들끼리의 대결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현격한 격의 차이를 나타내는, 압도적인 스킬의 우위만으로 상대의 전의를 상실케 하며, 승리를 거두는 충격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그가 최근에는 기어이 '경량급의 신'이라고 까지 칭송받던 길예르모 리곤도마저 6라운드 기권승으로 잠재우고는, 라이트급으로의 월장을 결정, 5월 12일, 현 라이트급의 리니얼 챔피언인 호르헤 리나레스와의 대결을 준비중에 있다.

리나레스는 어떤 선수인가? 리니얼 챔피언이라는 명예가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하듯, 프로 통산 47전의 이 테크니컬 펀처는 2012년 이후 지난 5년간 단 한번의 패배도 겪은바 없으며, 리곤도, 로마첸코, 개리 러셀 주니어 이외의 경량급의 또 다른 엘리트 사우스포 루크 캠벨을 스플릿 디시전 (개인적인 견해로는 리나레스의 다수결이나, 만장일치 승리가 보다 적합한 판정이었다고 보지만), 헤스타Mercito Gesta를 만장일치 판정으로 각각 잠재우며, 위엄을 과시하고 있다. 준수한 테크닉과 더불어, 로마첸코가 아쉽게도 가지지 못한 펀칭 파워와 체격적인 우위를 지닌 리나레스는 어떻게 보면 그 길예르모 리곤도보다도, 로마첸코에게 있어 보다 도전적인 상대라고 할 수 있으며, 둘의 경기가 말할것도 없이, 올해 경량급에 예정된 최고 수준의 경기중 하나라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을수는 없겠다.

최고들간의 모든것을 건 승부에서 물론 중요한 것은 그 전율을 자아내기 마련인, 갈고닦은 재능을 한계에 이르기까지 겨루는 경쟁의 형태, 전개되는 과정 자체이다. 하지만 그 모든건 결국 하나의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 시작되는 것이다. : "Who will be the man who beats the man?"
(이는 리니얼 챔피언쉽을 수식하는, 오랜 역사를 가진 관용어구다.)
통상적으로 엘리트 레벨의 선수들간의 승부의 향방을 예측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있다. 서로가 각자의 영역에서 보여준 퍼포먼스가 너무나도 뛰어나고, 때로는 지배적인 나머지,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에 뒤쳐지리라고는 감히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은 그러한 논제에 여러 각론과 가설이 나타나고, 서로 충돌을 겪기 마련인데, 이번 경기에 대한 대중들의 예측은 이례적인 수준으로 로마첸코의 승리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도박사들의 배당 또한 로마첸코쪽으로 현저하게 몰려있다. 리나레스의 로마첸코에 대해 가지고 있는 피지컬적 우위와 단지 비교 대상이 로마첸코라 상대적으로 부각이 제대로 되지 않을뿐, 분명히 간직하고 있는 테크니션으로서의 면모를 간단히 무시하고 있는 그러한 세간의 판단은 리나레스는 뛰어나기는 하나, 대칭-역대칭의 스탠스로 대치하는 구도 내에서, 원거리에서 잽으로 리듬과 타이밍을 통제하고, 중근거리에서의 파워 샷, 콤비네이션의 우위 교환을 노리는 정석화된 복서의 공식에 얽매인 (상대적으로) 저차원의 복서이고, 끊임없이 상대의 공간을 깨부수고, 사각으로 침투하며 교묘하게 상대를 박스box해내는 로마첸코의 복싱은 그와 같은 '공식'의 전략적인 이점 자체를 '무화' 시키는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 내지는 믿음에 기초하여 있다. 그리고 그건 매우 타당한 논거라고 생각된다. 리나레스는 로마첸코를 이기기에는 너무 단순한 선수라는 것이다.

복서들간의 대결에서 체격의 우위는 물론 모든 시점에서 대개 우세함을 가져다주지만, 특히, 상대방의 공격이 닿지 '않을 수 있는', 거리를 두고 벌여지는 대치 상황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렇다면 10cm 가량의 리치 어드밴티지를 가진 리나레스가 최선의 상황으로 기대해 봄직한 구도는 리나레스의 안전 지대에 침투하려 오는 로마첸코의 접근을 허용치 않고, 일방적으로 펀치를 전달하며, 넉아웃을 노리는 것이 된다. 하지만 이건 불가능하다. 로마첸코는 그가 지나온 페더급, 슈퍼 페더에서부터 이미 리치 디스-어드밴티지를 안고 가는데에 익숙해져 있던 선수이다. 심지어 그가 7라운드에 경기를 포기시킨 니콜라스 월터스는 리나레스보다도 10cm 긴 185cm의 윙스팬을 가진 선수였으나, 로마첸코를 아웃박스 해내는 데에 실패했다. 물론 리나레스는 월터스보다 질적으로 훨씬 우수한 선수이지만, 이 점에서 리나레스가 월터스보다 별반 나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는 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우선 리나레스가 아웃복싱보다는 프레싱에 보다 익숙한 선수이며, 부지런한 페인팅과 항상 상대의 공세가 닿지 않는 안전지대에 머물려 하는 영리한 포지셔닝과 더불어 사이드 스탭만으로 상대의 시야를 능히 벗어나는 로마첸코의 무브먼트를, 발놀림과 잽이라는 상식선의 방법론으로 통제할 수 있으리라고는 감히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로마첸코의 공간 침투 능력은 400전이 넘는 경기 경험으로 몸에 새긴, 공간에 대한 철저한 이해에 기반하여 나타난다는 점에서, 잽 주다 같은 이의 그것과 같은, 단순한 운동 능력, 리플렉스의 뛰어남과는 구별된다. 그리고 그건 그렇기 때문에, 단지 빠르게 반응한다고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리나레스는 이번에 다른 상대의 프레셔에 맞설때 보다도 훨씬 부지런하고 다각적인 액티비티로 대응을 해야 한다. 훨씬 빠르고 잦은 축이동을 고려해야 하고, 관습적인 잽 이외에 다양한 저지 수단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그토록 해오던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일을 실제로 리나레스가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는 회의적일 수 밖에 없다.

로마첸코가 리나레스의 아웃박스 저지선을 깨고 들어간 이후의 전망은 더욱 좋지 않다. 발끝과 발끝이 맞닿는toe to toe 거리에서 로마첸코가 실천하는 움직임은 그야말로 역대 최고를 논해야할 수준이다. 짧은 거리에서 뻗어나오는 스트레이트를 쳐내는 반사 신경, 체중이동과 동시에 수반되는 앵글과 포지셔닝의 점유, 그를 이용한 방어와 상대방의 움직임에 반응하여 최적의 조합으로 즉각 계산되어 나오는 콤비네이션 펀치들, 로마첸코의 인사이드 파이팅에, '펀칭 파워'의 결핍 이외에는 약점이라 할만한 것이 없고, 그마저도 데미지로 누적되기에 충분한 12라운드라는 긴 시간이 주어져 있기에 별 문제될 것이 안된다. 리나레스는 꽤 준수한 반사 신경과 의표를 찌르는 날카로운 콤비네이션 펀치를 가졌으나, 숄더롤을 굳히고 있는 메이웨더에게 맞선 여러 엘리트 레벨의 펀처들이 그리 하였듯이, 펀치를 칠 각 자체를 내주지 않는 포지셔닝 앞에서 그런건 무용하다. 로마첸코같은 선수에게 효과적인 공격을 전달하기 위해선, 그가 안전한 포지셔닝을 선점하기에 앞서, 언제나 선제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안되는데, 이러한 제약은 리나레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로마첸코에게 한 가지 불안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리나레스의 펀칭 파워가 이끌어낼지도 모를 넉다운, 넉아웃의 가능성인데, 리나레스는 분명 펀치를 칠줄 아는 선수이지만, 전성기의 도네어와 같이 치명적인 한방으로 전황을 바꿀 위력을 가진 선수는 아니므로, 크게 무게를 두고 고려할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므로 이번 경기에 대한 내 예상은 다음과 같다. '12라운드 UD 로마첸코'. 로마첸코가 이번에도 상대를 포기시킴으로서, '노마스첸코'의 위업을 이어갈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데, 리나레스는 경기가 불리하게 흘러간다고 도중에 그만 둘 얕은 근성의 선수는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태생적으로 약한 피부가 이번에도 문제가 되어, 깊게 난 컷 때문에 닥터스탑 TKO 판정을 받는다면 모를까.

물론 예측은 예측일 뿐이다. 완전한 예측을 위해선 알아야 할 모든 것이 알려져 있어야 한다고 가정되는데, (아마도) 그런 것은 가능하다고 보여지지 않으므로, 예측과 실제 실현되는 양상간에는 그러므로 언제나 치명적인 불일치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다. 이미 벌여질 것으로 예정된 일이 아니라, 존재한 적도 없는 단 하나의 가능성이 지금 이순간에 실현되는 것이기에, 스포츠의 재미가 더욱 깊어지는것 아니겠는가.


1 2